약과 음식을 무엇이든 같이 먹어도 괜찮을까요?
어렸을 적 어머니께서 알약을 잘 못 삼키는 나를 위해 항상 가루약을 처방받아주셨습니다. 하지만 매번 그런 수고로움을 끼칠 수 없었던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즈음 스스로 알약을 삼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후로는 계속 알약만 복용하다 보니 어느새 아플 때마다 자연스럽게 약을 처방받아먹고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알약을 먹을 때 물 말고 다른 걸 먹어도 되나?"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만약 내가 먹는 약과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라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각종 질병 치료제나 진통제 종류별로 각각 주의해야 할 음식들은 무엇인지, 여러분도 혹시 궁금했다면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 고혈압 약 - 자몽 주스(X) : 암로디핀성분 등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 혈압강하제 성분인 칼슘 채널 차단제는 자몽 주스와 함께 먹으면 약효가 지나치게 증가하여 독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또한 고혈압약은 반드시 1회 용량만을 복용하고, 복용 시간을 놓쳤다고 해서 용량을 늘려 복용하면 안 됩니다.
심장박동수를 감소시키는 베타차단제를 복용할 경우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함께 섭취하면 저혈압이나 어지럼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몸속 체액의 양을 줄여 혈압을 감소시키는 이뇨제는 알로에와 함께 섭취하게 되면 체내 칼륨의 양이 감소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칼륨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나트륨 배출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반면 혈관을 이완해 혈압을 조절하는 ACE저해제, 칼륨보충 이뇨제는 신장에서 칼륨이 배출되는 것을 막아 고칼륨혈증을 유발합니다. 따라서 혈관을 이완해 혈압을 조절하는 혈압약을 복용할 경우, 칼륨이 풍부한 바나나, 오렌지 등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2. 고지혈증 약 - 자몽 주스(X) : 자몽주스는 스타틴 계열의 약물의 간대사를 억제하여 이들 약물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켜 근병증 등의 이상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자몽주스에 들어있는 나린 긴 성분 등은 약물을 분해하는 간의 효소인 사이토크롬 P450을 과활성화시켜 독성을 유발합니다. 이외에도 자몽주스는 영향을 주는 치료제들이 많기 때문에 약을 복용 중이라면 자몽 주스는 가능하면 피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 부정맥치료제 - 녹즙(X) : 녹색 채소에는 비타민K가 다량 포함되어 있는데, 비타민K는 와파린 성분의 혈액응고억제작용을 방해하여 약효가 감소될 수 있습니다. 다만 과도한 섭취를 주의하면서 1끼에 1 접시(70g) 이내로 적정량을 섭취할 수 있도록 하면 절대 먹으면 안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비타민K 함량이 매우 높은 식품은 시금치, 부추, 근대, 냉이, 쑥, 갓김치, 비름, 무청, 케일 등이 있으며,
비타민K 함량이 조금 높은 식품은 양배추, 배추, 상추, 양상추, 미나리, 미역, 브로콜리, 김, 다시마 등이 있다고 합니다.
※ 단, 청국장, 콩비지, 콩물, 낫또, 채소나 과일을 즙으로 낸 것(배즙, 녹즙, 양파즙 등) 홍삼, 인삼을 포함한 한약은 와파린의 약물 효과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약과 함께 섭취하게 된다면 주의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4. 결핵치료제 - 치즈(X) : 결핵 치료를 위해 이소니아지드를 단독 또는 다른 항결핵제와 같이 복용할 경우 성분의 티라민 성분이 들어간 식품(치즈, 적포도주)과 함께 먹으면 두통 및 오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티라민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음식을 숙성, 발효시키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며,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들 때 꼭 필요하다. 티라민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신경전달물질이 증가하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돼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은 높아진다.
5. 항생제 - 우유(X) : 퀴놀론계 항생제는 우유 또는 유제품과 함께 먹을 경우 약 성분이 흡수되지 않고 배출되어 약효가 떨어질 수 있다. 따라서 유제품은 항생제 복용 두 시간 후에 먹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커피, 녹차, 초콜릿, 콜라 등 카페인을 함유한 식품을 항생제와 함께 먹으면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메트로니다졸 성분의 항생제를 먹고 술을 마시면 구토, 두통, 복부경련, 안면홍조 등의 증상이 일어날 수 있어 항생제 복용 시 술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간 손상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항생제와는 술이 상극이라고 합니다.
6. 제산제 - 오렌지주스(X) : 위산 분비를 억제하고 위벽을 코팅해 보호해 주는 제산제는 알루미늄 성분이 오렌지주스와 함께 마시게 될 경우 알루미늄 성분의 체내 흡수량이 많아져 변비 증세가 악화될 수 있다. (수산화마그네슘 성분이 있는 제산제는 마그네슘 과다시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산제 등을 복용하면 속 쓰림 증상을 빠르게 진정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잦은 소화불량과 속 쓰림이 반복된다면, 특히 일반 제산제 복용 후 당장 증상이 완화되었다 할지라도 일주일, 한 달 후 다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을 방문하여 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7. 골다공증 치료제 - 커피(X) : 카페인 성분이 신장에서 칼슘 배설을 증가시켜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반드론산은 뼈의 무기질과 결합해 파골세포의 활성을 억제하여 골흡수를 억제하는데, 뼈의 밀도를 높여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을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한 달에 한 알씩만 복용하면 되는 골다공증 치료제는 복용 시에도 주의사항이 다양해 주의해서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음료나 건강기능식품들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아닌 충분한 물로만 함께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골다공증 치료는 골형성(생성)을 촉진하는 골형성촉진제, 칼슘 및 비타민D 등을 통해 치료하거나, 골흡수(파괴)를 억제하는 골흡수억제제를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생성은 높이고 소실은 막아 골밀도가 낮아지지 않게 하는 방식으로 치료하게 된다. 꾸준한 약물치료와 우유, 두부, 다시마, 미역, 멸치, 건새우 등을 통해 충분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며, 칼슘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비타민 D합성을 위해 고등어, 표고버섯 등을 섭취하고 주 2회, 30분간 햇볕을 쬐는 것이 좋다.
8. 수면제 - 술(X) : 진정효과가 있는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품은 술과 함께 먹으면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호흡곤란 발작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9. 천식·알레르기 비염 치료제 - 고등어(X) : 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제로 사용되는데 등 푸른 생선에 다량 함유된 히스타민 물질이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
히스타민이 다량 함유된 식품은 등 푸른 생선, 돼지고기, 소시지, 치즈, 오렌지, 시금치, 녹차, 땅콩 등이 있다. 특히 참치, 고등어, 삼치, 꽁치 등 등 푸른 생선에 많이 들어있으며, 등 푸른 생선을 상온에 방치하거나 부주의하게 취급하면 히스타민이 쉽게 생성된다.
보통의 경우 소량의 히스타민을 섭취하면 장내 효소에 의해 제거되므로 문제가 없으나, 200mg/kg 이상의 과량섭취를 하게 될 경우 식중독과 유사하게 신경독성, 알레르기, 설사, 발진, 구토 등의 히스타민중독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10. 진통제 - 커피, 술(X) : 복합진통제에는 카페인이 들어있어, 복용 후 커피나 드링크제를 마시면 카페인 과잉상태가 될 수 있습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해열진통제를 복용하고 술을 마시면 간 손상, 위장 출혈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이 커집니다.
11. 감기약 - 초콜릿(X) : 감기약 먹을 때 피해야 할 음식으로는 초콜릿이 있다. 초콜릿에 함유된 카페인 성분이 약 성분이 체내 흡수되는 것을 방해한다고 한다. 초콜릿뿐 아니라 커피, 콜라, 홍차, 녹차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식품은 감기약과 진통제 복용 후 2시간 이후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복합 진통제와 일부 소염진통제(아스피린, 이부프로펜 등)도 카페인과 같이 섭취하면 카페인이 위점막을 자극하여 속 쓰림 등 부작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합니다. 우유나 유제품 중 칼슘성분은 일부 항생제나 항진균제(테트라사이클린, 시프로플록사신 등)등의 성분과 결합하여 체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약효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약을 복용 시에는 가급적 충분한 양의 물과 함께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특히 술은 대부분의 경우에 약과 함께 복용하지 않도록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플 때는 술을 드시고 싶더라도 꾹 참으시기 바라고 깨끗하게 잘 회복되시기를 바랍니다. 다른 음료나 음식과의 복용 여부는 약을 타실 때 반드시 의사 또는 약사에게 한 번 더 문의하시길 권장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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